[성명서] 학생맞춤통합지원, 아동 방임은 교육이 아닌 신고 대상
초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대행 고요한, 이하 초등노조)은 최근 전국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단 하루 만에 5,000명이 응답하고, 12월 11일부터 12월 15일까지 5일간 총 8827명이 응답하는 등 현장의 높은 관심과 우려를 확인하였다. 특히 관련 연수에서 제시된 사례들 가운데에는, 가정에서 학부모에 의해 아동이 실질적으로 방임되고 있는 상황을 학교와 교사가 떠맡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초등노조는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별도의 자료로 제시함으로써,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이름과 달리 아동 방임 문제를 학교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음을 분명히 알리고자 한다.
학생 집의 깨진 변기를 고쳐주고, 연체된 가스비를 대납해주는 것이 교사의 일인가? 공교육 교사가 특정 학생의 사교육비를 학교 예산으로 결제해 주는 것이 옳은가? 학생이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면 명백히 아동방임이 이루어지는 상황인데 이를 신고하는 게 아니라 학교 예산으로 반찬을 사서 먹이는 게 우수 사례라고 볼 수 있는가? 심지어 학교에서 중학생이 임신을 하면 낙태를 잘 하는 병원을 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연수를 한다니 경악할 뿐이다.
초등노조는 아동 복지의 책무를 일방적으로 학교에 넘기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 방임과 학대, 복지 사각지대 해소는 국가와 지자체, 전문 복지·보호 기관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별도의 인력과 예산 없이 기존 교사에게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동 복지의 본질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교사의 본질적 역할인 수업과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초등노조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 방임을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야말로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아동이 기본적인 보호와 돌봄, 생존과 발달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은 학교의 지원 대상이 아니라 아동학대신고 및 공적 개입의 대상이다. 교사는 방임과 학대를 인지하고 신고·연계를 할 수 있으나, 그 문제를 학교의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아동 방임 문제를 교육정책의 언어로 포장하여 학교에 떠넘기려는 시도는, 책임 있는 국가의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에 초등노조는 현재 추진 중인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이 아동 방임 문제를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아동 방임은 개별 학교 지원으로 덮어둘 문제가 아니며,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할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교육은 그 토대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초등노조는 현장의 실태와 교사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아동의 권리와 복지가 국가와 사회의 책임 아래 온전히 보장되고, 교사가 교육전문가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공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2025. 12. 15.
초등교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