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기본권 확대와 관련하여 “여론조사를 해 보면 찬성이 높지 않다”, “국민이 최대한 납득해야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교원의 정치기본권의 본질이 ‘방과 후 사적 영역에서의 의사표현 보장’임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내용을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라는 이름으로 추진할 경우 부담이 커진다며 “프레임과 제목부터 정치적이지 않게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러한 일련의 발언이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에 대한 원칙적 동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기보다 여론의 부담을 이유로 한발 물러서는 소극적 태도라고 평가한다. 이에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방과 후, 사적 영역에서의 정치기본권 보장’이라는 취지에 대해 우리는 일관되게 동의해 왔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는 교실에서의 정치 활동을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직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에서,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사표현과 참여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설명한 취지와도 다르지 않다.
둘째, 반대 여론은 ‘권리의 내용’이 아니라 ‘오해와 막연한 불안’ 때문이다. 실제 여론을 살펴보면, 교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인식은 정부가 언급한 것처럼 단순한 반대 구도로 보기 어렵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2025 교사 정치참여권리 보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8.8%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 수업 중 공정성 유지에 한정되어야 하며, 사생활 영역까지 국가가 통제할 필요는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교사의 정치활동이 현행법상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국민이 52.4%에 그쳤다.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제도 자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대와 우려가 과대 대표되고 있는 현실은 정책 추진의 유보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공론화와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교실은 교사의 개인적 입장과 무관하게, 중립을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거나 리스를 만드는 수업만으로도, 한쪽에서는 “특정 종교를 강요한다”는 민원이, 다른 쪽에서는 “크리스마스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민원이 동시에 제기된다. 이처럼 교사는 정치와 무관한 교육 활동에서도 끊임없이 중립성 논란에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교실은 무너지지 않았고, 교사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균형을 지켜 왔다.
넷째, 정치기본권 보장이 곧 직장 내 정치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시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 정치인을 후원한 시민 누구도 자신의 직장에서 정당이나 정치인을 홍보하거나 파당적 행동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이는 각 조직의 내규와 행정 절차에 따라 충분히 제재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교사만을 예외적으로 ‘분별력을 상실할 존재’로 전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교원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은 교사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국가가 수십 년간 구축해 온 교원 양성 체계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는 2024년 말 기준 약 1,128만 명에 달하는 정당 가입 시민 모두가 사적 영역과 직무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인식과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교사 또한 그 사회의 구성원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1월 29일,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닿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다.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여론조사의 수치로 ‘허용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여성과 흑인의 정치 참여가 국민적 합의가 먼저 형성되어 보장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옳은 방향이라면 국가는 국민을 설득하며 나아가야 한다.
교사는 교실에서 정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 밖, 일과시간 외 교사는 시민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교사의 시민으로서의 기본권 회복을 위해, 끝까지 요구하고 설득할 것이다.
2025년 12월 13일
초등교사노동조합